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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광주, 그 처절한 슬픔

화려한휴가 0 832
화려한 휴가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221046.html

김소민 기자

광주민주항쟁을 정면으로 다룬 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첫 대작 영화가 대중의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데 성공할까? <꽃잎> 등 이제까지 광주민주항쟁을 그린 영화들은 거칠게 나누자면 대중이 쉽게 즐길 만한 상업영화는 아니었다.
지난 5일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의 시사회장에선 영화 상영 내내 훌쩍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막이 내린 뒤엔 긴 박수가 이어졌다. 지난 8일 광주 관객 3000여명의 반응은 뜨거웠다. 넥타이를 풀어 눈물을 찍고, 자막이 다 오른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당시 시민군 대변인 고 윤상원 열사의 아버지 윤석동(80)씨는 “그때 상황을 잘 그렸다”고 말했다. <화려한 휴가>는 대중에게 친숙할 법한 문법으로 말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건넨다. 의무감 때문에 숙제하듯 봐야 할 만큼 무겁지 않지만 보고 난 뒤 “재밌네” 하고 싹 잊어버릴 만큼 가볍지도 않다.

군부의 폭력이 광주를 삼키기 전 사람들은 햇살처럼 맑고 삶은 소소한 경이로 가득하다. 부모를 잃고 택시 운전을 하는 형 민우(김상경)에게 공부 잘하고 착한 진우(이준기)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동생이다. 진우와 같은 성당에 다니는 그야말로 천사 같은 간호사 신애(이요원)에게 민우는 푹 빠졌다. 얼굴만 붉히고 변죽만 울리는 민우를 회사 동료인 재담꾼 인봉(박철민)은 “(연애 작업 수준이)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전단계”라고 놀려댄다. 올곧고 따뜻한 신애는 민우 회사 사장이자 퇴역 장교인 흥수(안성기)의 딸이다. 민우는 무거운 짐을 든 할머니를 공짜로 태우고 대신 차비를 낼 정도로 정이 많고, 흥수는 그런 민우에게 데이트 비용까지 얹어 줄 정도로 자애롭다.


우애 깊은 형제 삶 무너뜨린 국가폭력
무거운 소재, 익숙한 문법으로 풀어내
실존인물·현장고증 통해 ‘그 날’ 증언

1980년 5월 18일 오후 3시 작전명 ‘화려한 휴가’가 시작된다. 도시는 삽시간에 피투성이다. 민우와 처음으로 영화를 보러 와 한껏 들떴던 신애는 군인들에게 이유없이 머리채를 잡혔다가 간신히 도망친다. 며칠 뒤 군인들이 떠나는 줄 알고 도청 앞에 모인 시민들이 애국가에 맞춰 막 가슴에 손을 얹을 때, 군인들은 발포한다. 속옷만 입은 채 쪼그려 앉아 끌려가는 사람들, 아들의 주검을 만지며 “내 아들은 폭도가 아니야”라고 절규하는 어머니, 총알이 빗발치는 사이 숨진 아버지를 껴안고 울부짖는 꼬마 …. 친구의 죽음을 본 뒤 거리로 뛰쳐나간 진우마저 피를 쏟자 민우는 총을 들 수밖에 없다. 흥수, 인봉과 양아치 용대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도청으로 모이고 목숨을 건 본격적인 저항을 시작한다.


도드라진 형제애는 낯익다. 이야기가 무거워질세라 조연들은 유머의 추임새를 넣는다. 인물들은 정치적 의견이 없는 소시민들이다. 대형 역사물이 으레 그렇듯 남성 인물들이 중심이다. 주인공들은 죄다 서울말투지만 감초 조연들은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는 설정 등 사소한 묘사는 전형적이다. 그런 점이 기발하지 않다고 눈총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화려한 휴가>는 규칙을 맛깔스럽게 활용해 안정된 재미를 뽑아낸다. 적어도 광주민주항쟁이 왜 일어났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등 당시 열흘 동안의 큰 뼈대를 보여준다. 광주의 상처가 여전히 다 치유되지 못한 한국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 영화가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택한 안전한 방식은 되레 필요한 시도로 보인다.

<화려한 휴가>가 그린 고증의 힘은 강렬하다. 그 현장을 충실히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화려한 휴가>는 울컥하게 만든다. 인물의 캐릭터는 실존인물에서 따왔다. 제작진은 언론 보도와 다큐멘터리를 훑고 생존자들을 인터뷰했다. 유인택 대표는 “제작비 100억원 가운데 30억원은 금남로를 재현하는 데 썼다”고 밝혔다. 포니 자동차를 구하기 힘들어 이집트에서 석 대를 역수입했다. 군인들의 폭력은 섬뜩한데 김지훈 감독은 “유족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실제 상황은 훨씬 끔찍했다”며 “당시 사람들의 희로애락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수위를 조절한 편”이라고 말했다.
26일 개봉.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화려한 휴가> 개봉 첫 주에 보라 !!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420566&ar_seq=6

<\'화려한 휴가\' 광주시사회서 감동의 물결>
http://www.yonhapnews.co.kr/entertainment/2007/07/09/1102010000AKR200707092059000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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