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성위염
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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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3 16:04:51
\'미란성 위염은 어떤 거지요? 이름 하나는 이쁜데...\'
\'이뻐요? 심한 건데\'
그러면서 의사가 허허 웃더니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요컨대는 염증이 좀 심하다는 것이었다.
건강검진 결과 미란성 위염과 고지혈증을 치료해야 한다는 소견서가 날아와
병원에 간 길이었다.
우리나라 사람 거의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위에 염증을 지니고 산다고 했다.
당연히 맵고 짠 음식을 피하고 제때에 식사를 하고 밤늦은 야식은 금물이라는
주의 사항과 일주일치 약 처방전을 들고 나왔다.
의사선생님은 매우 인간적이고 친절했다.
물론 커피를 안 마셔야 하지만 하루 한 잔 정도 마시되 이 커피가 위에 나쁘다는데 걱정하며 마시면 그것이 병이 된다 했다.
아주 마음에 드는 말이었다.
\'저는 상태가 나쁘면 커피 맛이 벌써 쓰게 느껴지던 걸요\'
내 이야기에 의사는 크게 만족해 했다.
\'바로 그겁니다. 무엇을 먹으면 나쁠까 전전긍긍하기보다 도에 지나치지 않은
범위에서 내 몸이 원하는 것은 조금씩 먹어도 관계없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의사와의 대화는 나를 무척 즐겁게 해주어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나왔다.
유난히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안그래도 걸핏하면 속이 쓰려 때로는 불안해지기도 했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맵게 먹고 커피도 하루 한 잔씩 빼놓지 않는 스스로의 무절제함이 한심하게 생각될 때가 많았다.
몸에 안 좋다는데, 실제로 몸이 느끼는 불편함을 무릅쓰고 우선 입맛 따라 먹고 나서는 속으로 \'위야 미안하다\' 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나 자신 그렇게 살면서 술 마시고 담배 피는 형제에게 잔소리를 하는 건
참 어불성설이다 싶기도 했다.
커피를 못 끊는 거나 술, 담배를 못 끊는 거나 못 끊는다는 측면에선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한 세상 살면서 자로 잰 듯 할 일, 안 할 일 꼬박꼬박 챙기면서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사람 사는 일이 어디 그렇게만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오늘도 나는 매운 아구찜을 먹었다.
미란성 위염을 염두에 두긴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매운 아구찜의 유혹을 물리칠 수 없었다.
이상하게도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은 꼭 먹지 말아야 할 그 싯점에 기다렸다는 듯이 먹을 기회가 생긴다. 문제는 내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럴 때 나는 망설이지 않는다. 몸져 누운 경우만 아니면 내 선택은 당연히 금기를 깨뜨리는 쪽이다.
어쩌면 내 삶의 어떤 선택도 입에만 좋고 몸에는 안좋은 음식을 취하는 것과 다름없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하여 내 삶도 미란성 위염처럼 쓰리고 아픈 구석이 남아 있는 건 아닌지
문득 돌아보아진다.
나의 장기에게 미안해 하면서도 비위에 맞지 않는 음식은 아무리 몸에 좋아도 먹을 수 없는 내 기질은 삶에도 예외가 아니었을 것이다.
\'증세를 다스려 가며 죽을 때까지 갖고 가는 겁니다\'
의사선생님의 양심적인 결론대로 내 삶의 상처도 미란성 위염처럼 잘 다스려 가며 살아갈 수 밖에.
[출처] 미란성 위염|작성자 저녁노을
\'미란성 위염은 어떤 거지요? 이름 하나는 이쁜데...\'
\'이뻐요? 심한 건데\'
그러면서 의사가 허허 웃더니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요컨대는 염증이 좀 심하다는 것이었다.
건강검진 결과 미란성 위염과 고지혈증을 치료해야 한다는 소견서가 날아와
병원에 간 길이었다.
우리나라 사람 거의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위에 염증을 지니고 산다고 했다.
당연히 맵고 짠 음식을 피하고 제때에 식사를 하고 밤늦은 야식은 금물이라는
주의 사항과 일주일치 약 처방전을 들고 나왔다.
의사선생님은 매우 인간적이고 친절했다.
물론 커피를 안 마셔야 하지만 하루 한 잔 정도 마시되 이 커피가 위에 나쁘다는데 걱정하며 마시면 그것이 병이 된다 했다.
아주 마음에 드는 말이었다.
\'저는 상태가 나쁘면 커피 맛이 벌써 쓰게 느껴지던 걸요\'
내 이야기에 의사는 크게 만족해 했다.
\'바로 그겁니다. 무엇을 먹으면 나쁠까 전전긍긍하기보다 도에 지나치지 않은
범위에서 내 몸이 원하는 것은 조금씩 먹어도 관계없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의사와의 대화는 나를 무척 즐겁게 해주어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나왔다.
유난히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안그래도 걸핏하면 속이 쓰려 때로는 불안해지기도 했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맵게 먹고 커피도 하루 한 잔씩 빼놓지 않는 스스로의 무절제함이 한심하게 생각될 때가 많았다.
몸에 안 좋다는데, 실제로 몸이 느끼는 불편함을 무릅쓰고 우선 입맛 따라 먹고 나서는 속으로 \'위야 미안하다\' 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나 자신 그렇게 살면서 술 마시고 담배 피는 형제에게 잔소리를 하는 건
참 어불성설이다 싶기도 했다.
커피를 못 끊는 거나 술, 담배를 못 끊는 거나 못 끊는다는 측면에선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한 세상 살면서 자로 잰 듯 할 일, 안 할 일 꼬박꼬박 챙기면서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사람 사는 일이 어디 그렇게만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오늘도 나는 매운 아구찜을 먹었다.
미란성 위염을 염두에 두긴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매운 아구찜의 유혹을 물리칠 수 없었다.
이상하게도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은 꼭 먹지 말아야 할 그 싯점에 기다렸다는 듯이 먹을 기회가 생긴다. 문제는 내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럴 때 나는 망설이지 않는다. 몸져 누운 경우만 아니면 내 선택은 당연히 금기를 깨뜨리는 쪽이다.
어쩌면 내 삶의 어떤 선택도 입에만 좋고 몸에는 안좋은 음식을 취하는 것과 다름없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하여 내 삶도 미란성 위염처럼 쓰리고 아픈 구석이 남아 있는 건 아닌지
문득 돌아보아진다.
나의 장기에게 미안해 하면서도 비위에 맞지 않는 음식은 아무리 몸에 좋아도 먹을 수 없는 내 기질은 삶에도 예외가 아니었을 것이다.
\'증세를 다스려 가며 죽을 때까지 갖고 가는 겁니다\'
의사선생님의 양심적인 결론대로 내 삶의 상처도 미란성 위염처럼 잘 다스려 가며 살아갈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