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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선

히니 0 1561

우리나라 속담과 옛날 어른들이 하는 말이 있다,  남자로 태어나서 가정을 이루고 남향집 한채를 지어서 입택하여 살려면 선대 3대가 적선을 한번씩 해야 자손이 남향집을 지어서 살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착한 일을 많이 한 집안엔 반드시 경사스러움이 있다. 즉 좋은 일을 많이 하면 후손들이 뒷날 그에 따른 복을 받는다는 의미다. 풍수에서 흔히 인용되는 주역에 나오는 글귀다. 어렵게 주역을 들춰보지 않아도 좋다.


풍수를 떠나 남을 위한 마음가짐이 우선이란 우리 조상들 삶의 철학이 배어있는 글귀이기도 하다.


풍수에서든 사주에서든 동양학에선 이 ‘적선’을 중시한다. 삶 전체를 10할로 본다면 그 절반쯤은 이 ‘선 쌓기’에 양보한다. 마음을 예쁘게 써야 좋은 터를 얻을 수 있고, 가문을 일으킬 수 있는 후손도 태어난다는 얘기다.


그러기에 수백 년을 이어오는 명문가엔 이 ‘적선지가’가 상용구처럼 따라다닌다. 그만큼 지도층의 도덕적 책임을 가슴 속에 되새기면서 가문을 계승해 왔다고 할 수 있을 게다.

경주 최부잣집도 그런 가문들 중 하나다. ‘흉년엔 재물을 불리지 말 것이며, 사방 백리 이내에 굶는 이가 없도록 하라.’ 덜 가진 이들을 배려한 이 가슴 뭉클한 문구가 300년을 이어온 그들 가문의 가훈(家訓)들임에야 더 말해 무엇하랴. 말 그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다. 12대 동안 만석을 일궈낸 근본정신이기도 하다. 여기에 지세까지 재물을 불러들이는 형태다.

풍수에서 재물은 백호가 관장한다. 백호가 튼실해야 재물이 모인다는 말이다. 최부잣집 백호는 활력이 넘친다. 집 뒤편에서 오른쪽으로 휘감아 돌아가는 백호의 기세는 가히 압권이다.

그러나 이 집 풍수의 백미는 안산이다. 높지도 낮지도, 배반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교과서적이다. 두 팔을 벌린 형태로 이 집을 보듬고 있다. 봉우리가 일자인 이러한 산을 풍수에선 일자문성(一字文星)이라 부른다.


 이는 곡식을 쌓아놓은 형태로 재물을 뜻하기도 한다. 따라서 쉼없이 그 재물의 기운을 이 집으로 보내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맑은 날엔 이 안산 위로 남산의 세 봉우리가 겹쳐서 보인다. 이중안산인 셈이다. 가운데 삐딱한 봉우리가 거슬리긴 하지만 나머지는 재물을 뜻하는 둥그스름한 봉우리들이다.

완전한 명당은 없다 했다. 풍수로 따져 이곳의 가장 큰 흠을 꼽으라면 계림에서 집 뒤로 내려오는 내룡(來龍)이 약하단 것일 게다. 조상들의 집터 조건 1순위는 배산임수(背山臨水)다. 그런데 이곳은 뒤가 허전하다. 즉 임수는 집 앞을 흐르는 남천으로 해결이 되는데, 배산이 되질 않는다.


 이때 필요한 것이 모자람을 채우는 것, 즉 비보다. 최부잣집 뒤는 수백 년된 아름드리 괴목 숲이다. 이 숲이 허약한 내룡을 보완하고, 차가운 북풍을 막기도 하는 비보 목적으로 조성된 숲이다. 왜 거기에 집이 있는지, 숲은 또 왜 조성돼 있는지 풍수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다.

그 어렵던 일제강점기, 12대 마지막 만석꾼 최준은 막대한 자금을 상해임시정부에 보냈다. 그 당시 이곳 사랑채는 우국지사들의 진정한 ‘사랑’이었다. 신돌석, 손병희, 정인보, 의친왕 이강…, 그들은 가고 없지만 그들이 드나들었던 사랑채 마루에 앉아 ‘지도층의 도덕적 책임’은 뭔지,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권력으로 재물을 긁어모으고, 재물로 산 권력으로 으스대는 요즘 일부 지도층 인사들을 보면 씁쓰레한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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