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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 -귀거래혜사

워어얼담 1 999
귀거래혜사

돌아가자!
전원이 황폐해지고 있거늘 어찌하여 돌아가지 않
는가?
이제껏 내 마음 몸 위해 부림 받아 왔거늘
무엇 때문에 그대로 고민하며 홀로 슬퍼하는가?
이미 지난 일은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달았고
장래의 일은 올바로 할 수 있음을 알았으니,
실로 길 잘못 들어 떨어지기 전에
지금이 옳고 지난날은 글렀었음을 깨우쳤네.
배는 흔들흔들 가벼이 출렁이고
바람은 펄펄 옷깃을 날리네.
길가는 사람에게 갈 길 물으면서
새벽 빛 어둑어둑함을 한하네.
멀리 집을 바라보고는
기쁨에 달려가니,
하인들이 반겨 맞아주고
어린 자식들 문앞에서 기다리네.
오솔길엔 풀이 우거졌으나
소나무와 국화는 그대로 있네.
아이들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니
술통엔 술이 가득하네.
술병과 술잔 가져다 자작하면서
뜰앞 나뭇가지 바라보며 기쁜 얼굴 짓고,
남창에 기대어 거리낌 없는 마음 푸니
좁은 방일지언정 몸의 편안함을 느끼네.
뜰은 날마다 돌아다니다 보니 바깥 마당 이루어지고
문은 있으되 언제나 닫혀 있네.
지팡이 짚고 다니다 아무데서나 쉬면서
때때로 고개 들어 먼 곳 바라보니,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에 피어 오르고
새들은 날기에 지쳐 둥우리로 돌아오네.
해는 너웃 너웃 지려 하는데도
외로운 소나무 쓰다듬으며 그대로 서성이네.

돌아가자!
세상 사람들과 사귐을 끊자!
세상과 나는 서로 등졌으니
다시 수레 몰고 나가야 무얼 얻겠는가?
친척들의 정다운 얘기 기꺼웁고
금(琴)과 책 즐기니 시름 사라지네.
농군들이 내게 봄 온 것 일러주며는
서쪽 밭에 씨뿌릴 채비하네.
포장친 수레 타기도 하고
조각배의 노를 젓기도 하며,
깊숙한 골짜기 찾아가기도 하고
울통불퉁한 언덕 오르기도 하네.
나무들은 싱싱하게 자라나고
샘물은 졸졸 흘러내리니,
만물이 철 따라 변함을 부러워하며
내 삶의 動靜을 배우게 되네.
아서라!
천지간에 몸 담았으되 다시 얼마나 생존하리?
어찌 본심 따라 분수대로 살지 않겠는가?
무얼 위해 허겁지겁하다가 어데로 가겠다는 건가?
부귀는 내 소망이 아니요,
天國은 가기 바랄 수 없는 것.
좋은 철 즐기며 홀로 나서서
지팡이 꽂아 놓고 풀 뽑기 김매기 하고,
동쪽 언덕에 올라 긴 휘파람 불어 보고
맑은 시냇물 대하고 시를 읊기도 하네.
이렇게 자연 변화 따르다 목숨 다할 것이니,
주어진 운명 즐기는데 다시 무얼 의심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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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으로 돌아와

-----도연명

젊어서부터 속세에 어울리는 취향(趣向)없고,
성격은 본시부터 산과 언덕 좋아했네,
먼지 그물 같은 관계(官界)에 잘못 떨어져,
어언 삼십년의 세월 허송했네.
매인 새는 옛날 놀던 숲을 그리워하고,
웅덩이 물고기는 옛날의 넓은 연못 생각하는 법.
남녘 들 가에 거친 땅을 새로 일구고,
졸박(拙樸)함을 지켜려고 전원으로 돌아왔네.
십여묘(畝) 넓이의 택지(宅地)에
팔구칸(間)의 초가 지으니,
느릅나무, 버드나무 그늘, 뒤 추녀를 덮고,
복숭아 나무, 오야나무, 대청 앞에 늘어섰네.
아득히 멀리 사람들 사는 마을 보이고,
아스라이 동리 위엔 연기 서리었네.
깊숙한 골목에서 개짖는 소리 들리고,
뽕나무 꼭대기에서 닭 우는 소리 들리네.
집안에 먼지나 쓰레기 없으니
텅 빈 방안엔 여유 있는 한가함만이 있네.
오랫동안 새장 속에 갇혀 있다가
다시 자연 속으로 되돌아온 것일세.
1 Comments
백거이 07-07-04 15:15:43  
세속을 자연으로 삼아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