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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용간부 식별법

퍼미 0 1404
일반노조 교육에서 나오던 내용같은데요.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는것 같군요.











어용간부 식별법



0 어용이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주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으며 사는 사람이다. 아무리 돈 좀 있고 높은 자리에 올라도 비웃음의 대상이 되면 그때부터 사람들과 터놓고 어울리는 행복은 날아가 버린다. 그런데 요즘에는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멍청이들이 간혹 보인다. 바로 어용간부 들이다.



어용은 원래 ‘왕이 임명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서 크게 나쁜 의미로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국민을 업신여긴 포악한 왕이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왕이 임명한 모든 사람이 인간 말종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용이 자본과 권력에게 빌붙어 동료를 팔아먹는 사람을 지칭하는 욕으로 점차 굳어진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어용은 아래로부터 추대를 받지 않는 사람이다. 즉 평소 생각과 행동이 믿음직스러워 다수 사람들이 뽑아 준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웬만한 줏대가 없이는 자신을 임명하고 돌봐 주는 상전의 이익을 앞세울 수밖에 없다.



어용이 되면 좋은 점도 있긴 하다. 먼저 무엇보다 지저분한 돈이라도 좀 만질 수 있으니까 좋다. 어제까지 뼈빠지게 일해야 아등바등 먹고 살던 노동자가 오늘은 어용이 되어 내일은 자가용을 몰고 다닐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고통분담을 외치며 임금동결이라는 큰 건 하나만 해결하면 중형아파트에 상가까지 분양받을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은가?



어용이 되면 실낱같긴 하지만 출세길도 보여서 좋다. 임금동결 연타를 날리기라도 하면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연맹에도 진출하고 어찌어찌 하다 보면 노총 간부에 잘하면 금배지도 남의 얘기가 아니다. 그런 자리에 오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가슴 벅찬 얘긴가?



어용이 되면 마지막으로 몸과 마음이 편하다. 임금인상입네 단체협약입네 골머리 썩일 필요도 없지, 그 무슨 민주간부랍시고 “투쟁 투쟁!” 외치다 찍힐 일도 없지, 그저 시키는 대로 노사화합이요 산업평화만 잘 외우면 되니 몸과 마음이 편할 수밖에.



그렇지만 이런 사람에게 꼭 들려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일찍이 중국의 사마온공이라는 사람이 남긴 말이다.



많은 돈을 모아 자손에게 남겨 주어야 자손은 이를 지킬 수 없다. 많은 책을 자손에게 물려주어 봐야 자식들이 이를 다 읽을 수도 없다. 오로지 남 모르는 가운데 음덕을 쌓는 것이 진정 자손을 위하는 길이다.



0 대중성이 없다



‘대중성’ 하면 호걸풍으로 술 잘 먹고 잘 놀고 말 잘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중성은 그런 겉모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말은 다소 어눌하더라도 항상 대중의 이해와 함께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대중성이다. 요즘은 어찌 보면 어용일수록 말만 잘하는 것 같다.



이 대중성을 검증하는 기준으로 가장 좋은 것이 평소의 돈 씀씀이를 보는 것이다. 어용은 허풍스럽고 은근히 거드름을 피운다. 거드름을 피우려면 돈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임금이 동료들보다 터무니없이 높거나 판공비 알기를 우습게 아는 간부일수록 어용일 확률이 높다. 판공비는 땅에서 솟는가 하늘에서 떨어지는가? 그것은 동료들의 땀으로 이루어진 귀중한 돈이다. 제 돈을 털어 가며 노동운동하는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이들이 어용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항상 옷차림새가 멋스럽고 고급이어도 한번 의심해 볼 만하다. 물론 허름한 옷만을 입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노동조합 사무실에 출근할 때 항상 작업복에 안전화를 착용하는 간부보다는 도대체 회사 중역인지 조합 간부인지 구분이 안 가는 사람이 어용일 가능성이 아무래도 높지 않을까?



일상생활 속에서 대중과 얼마나 친한가 하는 것도 기준이 된다. 능수능란하게 사기를 치면 몇 명은 속일 수 있지만 군중은 절대 속일 수 없다. 그러기에 한번 분위기가 뜬 현대자동차 같은 곳에서는 어설픈 어용이 자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용은 마치 국회의원들이 그렇듯이 선거 때만 되면 굽실대며 아양을 떨지만 막상 당선되고 나면 얼굴 보기도 힘들다. 그러니 친화력이 있을 리가 있는가? 서먹하니까 조합원은 또한 문제가 생겨도 조합에 가기를 꺼려한다. 사실 손님이 북적대는 집안을 제일로 쳤던 조상들의 생각에 비춰 보지 않더라도, 조합 사무실에 조합원들의 발길이 뜸한 조합치고 잘되는 조합이 없다. 그런 조합에는 반드시 친화력과는 백리나 떨어진 어용간부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권위적이냐 아니냐도 대중성을 검증하는 기준이 된다. 소위 노동조합의 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목에 기브스를 하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면 이미 맛이 간 징조이다. 위원장도 똑같은 노동자이다. 따라서 위원장은 사장하고 만났을 때나 배에 힘주고 자신감 있게 호통쳐야 한다. 사실 노동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런 사람은 금방 식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0 불성실하다



민주적인 간부는 항상 열심히 노력한다. 물론 노력은 어용도 한다, 회사의 눈 밖으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조합원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성실성은 당연히 대중을 위한 노력이다.



성실성은 생활에서 잘 드러난다. 어용간부일수록 생활이 개판인 경우가 많다. 진짜 간부는 술자리가 잦아도 술에 빠지지는 않는다. 매일 술마시고 뒷골이 땡긴다고 조합 사무실에 늦게 출근하는 간부라면 어용이거나 어용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진짜 간부는 아무리 몸이 아파도 할 일은 한다. 그만큼 책임감이 강한 것이며, 그 책임감은 다름 아닌 조합원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0 속인다



정직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말꼬리를 애매하게 흐리는 경우가 많다. 이거다 저거다 딱부러지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딘가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간부가 있다면 반드시 정직하지 못한 간부이다. 물론 조합간부들 선에서 지켜야 할 대외비사항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항까지도 보고를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다. 꼭 의도적이지 않을지라도 어떤 간부가 위원장과 조합원의 중간에서 정보소통을 게을리 한다면 반드시 얼마가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 사소한 문제일지라도 노보나 기타 공고를 통해서 조합원들에게 알리는 일이 버릇처럼 되어야 한다.



0 자파세력 늘리는 일에 혈안이다



어용을 식별하는 기준은 마지막으로 조직력이다. 강한 조직력은 마구잡이로 자기편을 늘리는 식으로 해서는 절대 쌓이지 않는다. 현장 안에서 핵심다운 사람들을 키워서 그 핵심들이 조직사업을 수행할 때만이 조직력은 칡넝쿨처럼 질겨지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자기 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 핵심을 키우지 않는 간부가 있다면 그는 어용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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