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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관련 특집기사

일간스포츠 0 1540
시간의 흐름 멈춘 `육지 속의 섬` 경북 영양
[일간스포츠] 2007년 09월 04일(화) 오전 11:25 가 가| 이메일| 프린트
[일간스포츠 박상언]


경북 영양 가는 길은 멀다? 지리적으로 볼 때 맞는 말이다. 춘천-대구간 중앙고속국도가 뚫리긴 했어도 영주·안동 부근으로 \'비켜\'가면서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없다.

고속국도를 벗어나도 국도를 이용해 한 시간 이상 달려야 닿을 수 있으니 말이다. 영양은 사방이 고립된 \'육지 속의 섬\'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개발의 뒷전으로 밀려나 몇 안되는 오지로 꼽히기도 했으나 \'참살이\' 바람이 불면서 전국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과거로의 시간여행

고추의 고장으로 알려진 영양은 전국 제일의 청정지역이면서 가장 인구가 적은 자치단체이기도 하다. 영양에 사는 사람은 2만 명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면적은 경북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넓다. 또한 평균 400m 내외로 경북에서 고도가 가장 높은 고장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소요시간이 대략 5시간 정도다. 비슷한 거리로 두 시간 내외면 닿는 대구와 비교된다. 그래도 지금은 격세지감이다. 중앙고속국도가 없던 시절에는 7시간 이상 구불구불한 일반 국도를 달려야 했던 오지 중의 오지였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문명이 훑고간 흔적이 별로 없다.

영양은 과거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어져 있다. 읍은 물론 면소재지 마을까지 개발시대 초기의 모습 그대로다. 2층 건물이 별로 보이지 않는데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주택개량사업의 일환으로 초가를 뜯어내고 얹었던 슬레이트 지붕이 적지 않다. 오가는 사람마저 뜸한 거리를 걷노라면 1980년대 서울 변두리나 근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울련산 자락에 있는 초가집과 수비면 소재지인 발리에 있는 버스정류장 건물을 보면 이같은 느낌은 분명해진다.

초가집은 발리에서 영양 반딧불이 생태 체험학교로 가는 도중 도로를 벗어나 콘크리트로 포장된 산길을 따라 1㎞쯤 들어가야 하는 비지미골이란 작은 마을에 가면 볼 수 있다. 4가구 10여 명이 사는 이 마을에는 무려 200년이나 된 초가집이 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김대준(72)-김통분(73) 부부가 고추농사를 지으며 사는 곳으로 방·부엌·곳간으로 된 그야말로 초가삼간이다. 영양군에선 가장 오래된 초가집으로 아마도 전국적으로 이만한 역사를 가진 건물은 없을 듯 싶다.

곳간 한쪽 벽이 무너진 듯 천막으로 가린 모습이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영양군은 이 건물에 대해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해 2년에 한 번 이엉을 얹어주는 한편,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버스정류장 건물은 한국전쟁 직후 만들어졌다. 최근 슬레이트를 걷어내고 함석 기와로 덮은 지붕과 알루미늄으로 된 사무실 문을 제외하곤 수비정류소라 쓰인 간판 등 모든 것이 50여년 전 그대로다.

사무실 한 가운데를 차지한 철제 책상과 그 뒤 벽에 노랗게 빛이 바랜 채 붙어 있는 시내·외버스 요금 및 시간표가 세월의 흐름을 알린다. 또 문 유리에 엉성한 필체로 \'각차 기사님은 유의하시압. 시가지에서는 승하차를 금함\'이라고 쓰인 메모도 재미있다.




■선비의 고고함 살아 숨쉬는 고장

영양에도 양반이 터전을 잡았다. 조선시대 대대로 권문세가들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던 안동이나 영주 등에서도 한참 떨어진 첩첩산중까지 찾아들었으니 당대 세도가는 아니었을 터. 서석지·두들마을·호은종택 등 영양의 대표적인 한옥은 조선 중기 이후 세워진 것들로 세상을 호령하던 권위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신 집의 구조나 건물을 살펴보면 학문에 전념하거나 안빈낙도를 위한 고민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입암면 연당리의 서석지는 전남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 부용정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민간정원으로 꼽힌다. \'요\'(凹)자 모양의 작은 연못을 중심으로 경정·주일재·수직사 등 7개의 건물이 백일홍·은행나무·송죽·매국 등과 어울려 단아한 운치를 자랑한다.

1613년 서석지를 세운 정영방은 진사에 합격한 후 세상에 나서지 않고 이곳에 머물며 학문 연구로 일생을 마쳤다고 한다.

소설가 이문열씨의 생가가 있는 재령 이씨 집성촌 두들마을은 모든 건물이 지붕 끝에 마감재로 사용하는 앙와가 없어 조금은 맵시가 떨어진다. 두들마을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석계고택부터 석천서당·유우당 등 모든 건물이 비슷한 형태인데, 400여년 전부터 이어온 전통으로 완공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모습으로 부족함이 남아있다는 것을 외부에 알리는 한편 사치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다.

영양은 또 청록파 시인 지훈 조동탁의 고향이기도 하다. 주실마을에 있는 호은종택은 조지훈의 생가로 경북 북부지방의 전형적인 가옥 형태인 \'ㅁ\'자로 이뤄져 있다. 솟을대문만이 높고 웅장해 주인의 신분을 알릴 뿐 낮은 담이나 전반적인 구조는 권력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영양 3대 먹거리

▲영양한우

영양한우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북 지방에서는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다. 평균 해발 4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자란 한우는 지방이 적당히 섞여 육질이 부드럽다. 영양 읍내를 포함해 곳곳에 한우식당이 있다. 어디를 가든 푸짐한 인심과 비슷한 맛을 즐길 수 있다. 200g(1인분)에 2만원 내외다.

▲산채정식

일월산과 검마산을 품고 있어 산채 나물이 풍부하다. 이를 이용한 비빔밥과 정식이 맛있다. 특히 남이 장군의 전설을 간직한 선바위 건너편에 있는 선바위식당이 유명하다. 산채정식(1만원)을 주문하면 직접 채취한 엄나무순·오가피순·당귀·명아주·취나물·더덕 등 15가지 반찬을 한 상 가득 내놓는다. 2인 이상 가능하며,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한다. 054-682-7429.

▲잡어매운탕

전국 제일의 청정지역답게 곳곳을 흐르고 있는 하천은 그야말로 천연 양어장이다. 그물을 넣으면 피라미부터 쏘가리까지 다양한 민물고기가 잔뜩 몰려든다. 수비면 갈리 고향집에 가면 이를 이용해 끓인 매운탕이 별미다. 청양 고추를 넣어 끓인 매콤한 국물은 비리지 않고 담백하다. 3만원. 054-682-9400.

영양=글·사진 박상언 기자[separk@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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