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경찰이면 나는 국정원직원이다
안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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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6 17:57:48
회사원 김 모씨(32)는 며칠 전 모처럼 친구들과 회식자리에서 과음 후 귀가하다 인사불성이 됐다. 김씨가 목적지에 도착해도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택시기사는 인근 파출소로 데려갔다.
경찰은 김씨 휴대폰을 뒤진 끝에 집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전화를 걸었다. \"여기 00파출소인데 남편이 인사불성이 돼 모시고 가셔야겠습니다.\"
하지만 이씨의 부인은 \"니가 경찰이면 나는 국정원\"이라며 \'뚝\' 전화를 끊어버렸다. 경찰이 몇 번을 다시 전화했지만 김씨 부인은 한사코 믿지 않았다. 덕분에 김씨는 정신이 깨어날 때까지 파출소 쇼파에서 보내야 했다.
공공기관, 금융사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수법이 성행하면서 이들 기관이 정상적인 업무조차 수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애꿎은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소방서 119안전센터에서 일하는 조 모씨는 최근 독거노인을 위해 도입한 \'효심이 119서비스\'를 전화로 홍보하고 있지만 모두들 \"홍보 내용의 절반을 채 설명하기 전에 대뜸 욕을 하고 끊는 사례도 많아 홍보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근 검찰이 사건 관련자 소환을 위해 전화를 걸었다가 상대방으로부터 항의와 욕설을 듣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보이스피싱이 공공기관과 일반인들 사이의 신뢰감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믿지 못할 풍조\'마저 확산시키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