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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공무원’ 이렇게 많았네

관리자 0 4130
서울시 홈페이지 ‘칭찬릴레이’ 시민 사연 1만3572건 살펴보니

《 자포자기하던 낙오자에게 일자리와 집을 마련해준 사람. 생의 마지막 길을 떠나는 할머니를 사랑으로 보살펴준 사람. 천사나 다름없는 이들은 바로 시민 곁을 지키는 공무원이었다. 서울시 홈페이지의 ‘칭찬릴레이’ 코너에는 2009년 4월부터 11일까지 1만3572건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 코너에는 도움이 절실한 시민을 돕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간 공무원들의 따뜻한 사연이 담겨 있다. ‘복지부동’ ‘무사안일’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고 어려운 시민 곁으로 다가가는 ‘참공무원’이 각박한 세상에 온기를 더하고 있다. 》

○ “응급환자 병원 데려다주고 사라진 청년… 알고보니 소방대원”


함박눈이 내리던 한겨울 오후 11시 한강 둔치 시민공원을 산책하던 유모 씨는 눈에 미끄러져 발목을 심하게 다쳤다.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휴대전화도 없었고 행인도 보이지 않았다. 망연자실해 눈 쌓인 바닥에 앉아 있을 때 한 젊은이가 멀리서 그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그는 점퍼를 벗어주고 80kg이 넘는 유 씨를 업고는 인근 병원으로 갔다. 이것도 모자라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청년을 다시 만난 곳은 유 씨가 봉사활동을 나가는 한 복지재단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노인을 목욕시켜주고 있었다. 신분을 밝히지 않는 그의 가방에는 ‘강동소방서 구급대원’이라는 명찰이 붙어 있었다. 그는 “119구조대에 대한 고마움에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썼다.

○ “담당부서도 아닌데 7년간 못받은 공사대금 발벗고 도와줘”

소송에서도 이기고도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 7000만 원을 받지 못해 파산한 윤모 씨도 서울시 공무원의 도움을 받은 사연을 올렸다. 윤 씨는 여러 기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민사 문제이니 당사자 간에 대화로 해결하라’는 답변만 계속해서 받았다. 윤 씨는 결국 파산한 뒤 노숙인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지인의 소개로 서울시 하도급개선담당관실을 찾으면서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윤 씨의 사연을 들은 이 부서는 발주처에 관련 내용을 계속 문의했고 법규와 판례 등 관련 정보를 윤 씨에게 알려줘 발주처를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끈질긴 압박에 못이긴 발주처는 결국 공사대금을 3년 분할로 상환하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윤 씨는 “담당부서도 아닌데 직접 나서줘 큰 도움을 받았다”며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썼다.

○ “쌀-밑반찬-일자리까지 챙겨준 구청직원에 밥 한끼 사고 싶어”
50대 후반의 김모 씨(서울 성동구 행당동)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뒤 구청 공무원의 도움을 받으면서 ‘공무원=무사안일’이라는 등식을 깨버렸다는 사연을 올렸다. 그는 “구청 사회복지사와 공무원이 쌀과 밑반찬까지 챙겨주고 자활사업장에 취업을 알선해줘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출퇴근에 쓰라며 자전거도 빌려주었고 낡고 비좁은 단칸방 대신에 깔끔하고 저렴한 임대주택도 소개해 줬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발 벗고 나서는 모습에 감동한 김 씨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공무원들에게 식사 대접을 할 수 있게 명령을 해 달라. 직접 이야기하면 거절하지 않겠느냐”는 부탁까지 했다. 김 씨는 새 직장에서 받은 첫 월급으로 내의 20벌을 사 서울시로 보냈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노인들을 위해 써달라는 말과 함께….

○ “폐암 할머니를 가족처럼 보살펴준 시립병원 의료진에 감동”

폐암으로 서북시립병원에 입원한 할머니를 지켜보던 손녀는 이 병원 구성원들의 헌신에 큰 감동을 받았다. 중병을 앓는 할머니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삶도 고통의 연속이었다. 의료진이야 늘 다루는 일이니 누군가의 고통이나 임박한 죽음에 감정이 무뎌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 의료진의 한결같은 친절과 미소는 환자와 가족에게 힘을 줬다. 이 손녀는 “이번 입원이 할머니의 마지막 길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공무원 신분의 의사와 간호사가 자기 가족 일처럼 따뜻하게 환자를 돌보는 모습에 큰 위안을 얻었다“고 적었다. 이 손녀는 “이분들 덕분에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할머니가 매 순간 편안하게 지낼 수 있어 저도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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